미중 전략경쟁이 시작된 이래, 미국은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 개념에 기초하여 핵심 산업과 기술 부문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견제의 대상인 중국은 미국 경제안보 개념을 수용하거나 모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에 대한 비판과 인용조차 거의 하지 않으며 미국 경제안보 개념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미국이 조성한 경제안보 정국을 나름의 논리로 재규정하는 과정에서 ‘공급망(supply chain) 안정’ 개념을 중심에 둔다. 나아가 중국은 공급망 안정이 지닌 국제 공공재적 속성을 강조하며 ‘글로벌 공급망 위기’ 담론을 창출했다. 이러한 과정은 중국 경제안보 개념의 진화로 규정된다. 중국 경제안보 개념의 진화에는 일련의 전략적 사고가 내재해 있다. 먼저 미국이 제시한 개별국가적 · 현실주의적 개념 틀을 준용하는 것을 거부하고 미국을 자유주의 국제경제질서의 교란자로 지목해 정치적으로 공격할 명분으로 삼는다. 나아가 중국은 미국이 오랫동안 자임해 온 자유주의 국제경제질서의 수호자 지위를 궁극적으로 대체하려 한다.